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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하림 작가 인터뷰
2024-02-27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 하림 작가 인터뷰>

 


Q.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일명 우사일 프로젝트소개 부탁드립니다.

우사일은 제가 많은 분들과 함께 부르고, 생각해 보고 싶어 만든 노래입니다. 내용은 이 시대에 일하는 나는 무엇이고, 우리가 일하는 목적은 무엇이고,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생각하면서 일하고 살았으면 좋겠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오래 고민했던 생각들이 포함돼 있고요. 나아가서 그런 고민들이 확장됐을 때 음악가로서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실행해 본 프로젝트죠.

 

Q. 처음 어떻게 우사일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되셨나요?

시작에는 그 쇳물 쓰지 마라 함께 부르기 프로젝트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아무래도 비극적인 사건을 노래하는 거라 마음을 힘들게 하는 구석이 있었고, 비슷한 내용이지만 조금 더 밝게, 보편적으로, 대중적인 답을 노래로 제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메모하고 다니던 것들에 어느 날 밤 떠오른 멜로디를 더해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

 

Q. ‘우사일 프로젝트는 사람들에게 잘 전달이 된 것 같으세요?

잘 됐다면 잘 된 거고 안 됐다면 안 된 걸 수도 있어요.

이전에 겪었는데 사람들은 가수가 즐거운 자리에서 노래하길 원하지 세상의 어두운 것들을 들춰내는 거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우사일 노래는 드라마틱하게 알려지는 게 두려웠어요. 그럼에도 제 결론은 하고 싶다였죠.

하고 싶다! 왜냐하면 노래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는 것을 알고 있고, 그렇게 되어 사람들 마음에 잔잔하게라도 새겨질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보람 있는 일이다. 그리고 네 다섯 달 정도 부르고 다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저는 성공이라고 봅니다. 또 반짝 메시지를 전하다가 사라져버리는 노래의 운명을 넘어 그림책으로 확장됐으니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노래가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소식을 건너라도 듣게 되면 그게 가장 큰 성과겠죠.

 

Q. 우사일 그림책을 실물로 본 소감이 어떠세요?

노래는 몇 줄 안 되지만 많은 페이지에 들어간 색과 연필질, 붓질과 고민을 보니 지경애 작가님에게 감사한 마음이고, 혼자선 그림책을 계획하지 못했을 텐데 제안해 준 주간님께도 감사하네요노래가 훅 지나가느라 하지 못할 생각들을 그림책이 하나씩 짚어서 끄집어내는 것 같아서 오래 감상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어 좋아요. 특히 일하는 사람과 상황들도 많이 나와서 노래를 조금 더 와닿게 돕는 것 같습니다.


Q. 일을 하시면서 기뻤던 일이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감동을 느낀 걸 제가 알게 됐을 때 기뻐요.
현장에서 보여준 눈빛이나 건네는 인사로 충분히 그날의 무대가 어땠는지 알 수 있기에 거기에서 뿌듯함을 느끼는 편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미디어아트 작업을 했는데 어떤 분이 정성스럽게 긴 댓글로 음악을 들으면서 힘든 일상을 매주 치유받았다고 남긴 걸 보고 음악이 주는 힘이라는 게 우리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의 삶을 통해서 또 나타나는구나 하면서 뿌듯하고 또 귀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Q. 창작 작업이 잘 되는 작가님만의 공간과 시간이 있으신가요?

희한하게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떠오르는 노래가 꽤 많아요. 근데 사실 그 노래는 다 놓쳐요. 그래서 여유가 있으면 아침에 일어나서 가사 같은 메모를 좀 하는 편인데 밥 먹을 때처럼 일상적인 시간에 그렇게 되죠. 그리고 막상 대중들한테 들려드려야 할 때면 그냥 밤새 하죠.


Q. 일을 하지 않을 때, 쉴 때는 무얼 하고 지내시나요?

일상에서도 일을 하기 때문에 경계가 모호해서 프리다이빙이라는 취미를 만들었어요. 근데 코로나 이후에 못하게 됐죠. 그게 제일 좋아하는 취미이고, 쉴 때는 남들이랑 똑같죠. ott 보고 책 읽고. 책을 좀 가까이하고 싶을 때가 많은데 요즘엔 방해 요소가 많기 때문에 가끔 책 한 권만 들고나갈 때가 있어요. 대중교통을 탈 때 책이나 이북만 들고나가면 안 읽히던 책들도 잘 읽히더라고요, 그렇게 읽다가 어느 날 정류장을 한참 놓친 적이 있어요. 근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Q. 각지에서 열심히 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 있으신가요?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이요

어느날 창가에 들어오는 햇빛을 보고 죽어가는 식물을 거기다 놨어요. 그러면서 물도 주고, 화분을 몇 개 놓고 그 옆에서 놀기 시작하니 진짜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식물에 관심을 갖고 키우다 보니 금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어요. 근데 어느 날 키우고 있는 식물이 산에서 널브러지게 자라고 있는 걸 보고 화분이라는 게 얘들한테는 병상이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자연에 사는 애들은 개체 수를 줄였죠아무튼! 식물학자의 눈으로 많은 인생과 지혜와 사랑과 행복이 담겨있는 걸 보는게 재미있는 책이에요.

 

Q. 작가님의 어렸을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중학교 때는 그냥 스타가 꿈이었죠. 세상의 기준으로는 어렸을 적 꿈을 이룬 것 같지는 않지만 그것이 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가수는 노래하는 기쁨을 알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는 마음을 갖고, 그걸 직업 삼아 생계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아주 오랫동안 감사하게도 계절이 12번 바뀌면서까지도 저는 그런 마음으로 계속 노래를 하고 있으니까요.

 

Q. 저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하잖아요, 작가님의 사랑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요.

우선은 가족이죠

질문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사실 우사일 제목을 놓고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어요. 쉽게 예를 들어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없으면 일 안 해도 됩니까?’ 뭐 이렇게 유치하고 단순한 질문들을 누구든 던질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질문까지도 다 받아들여야만 한다고 봐요. 근데 많은 분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까 또 다른 생각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우리는 대부분 일을 하죠. 근데 보편적으로 모든 일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일하는 모든 행위는 모두 다른 사람과 연결이 돼 있다는 것이 이해는 가지만 인정하기는 힘든 일이에요우리가 일할 때 사랑하는 대상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 일 안에 약간의 사랑이라도 녹아있을 수 있으면 좋겠고, 그 태도를 제도와 세상이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Q. 훗날 사람들이 작가님을 어떻게 기억했으면 하시나요?

그건 제가 의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의도한 대로 갈 수도 없고. 한때는 저한테 자유로운 영혼이나 뻔하지만 힐링 보이스같은 별명도 있었는데, 저는 용감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기억되고 싶다는 말은 내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럴 거예요. 제가 프로젝트를 할 때 주변에서 용감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근데 이게 과연 용감한 건가 진짜 용감한 건 뭐지라는 고민을 했죠. 진짜 용감한 건 지금보다 더 맨발로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요.